난임 치료를 시작할 때 정말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차이도 몰랐으니 말이다. 설명을 들어도 내가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더라..
수정란 이식의 기억
시험관 시술 과정을 크게 나눠보면 과배란 과정 - 난자 채취 - 수정란 이식 이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수정란을 이식한 경험을 복기해보려 한다.
난자 채취를 하면 그날 바로 정자와 수정을 시킨다. 그렇기에 난자 채취일에 남편도 정자를 채취해야 한다. 수정된 배아를 특수 제작된 배양액에 넣어서 키우면(?)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보통 3~5일 세포분열이 일어나면 그 상태로 배아를 여자의 자궁에 이식하는데 그걸 신선 이식이라고 한다.
보건소에서 시험관 시술 1회당 얼마씩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신선 이식인지 동결 이식인지에 따라 지원금액이 달라진다.
나는 신선이식을 하지 못했다. 신선 이식을 못 한다는 것은 난자 채취 당일에 알았다. 의사 선생님이 특정 호르몬 수치가 높은데 그 호르몬이 착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신선 이식은 못하고 동결 이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과배란 과정에서 호르몬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난자 채취한 개수가 많을 경우 난소가 붓거나 복수가 찰 수 있어 신선이식을 하지 않고 동결 이식으로 많이 한다고 한다. (15개 이상 채취하면 많은 걸로 보는 것 같다.)
그럼 동결이식은 뭘까? 3~5일 배양된 수정란을 냉동한 후, 냉동된 수정란을 자궁이 준비되었을 때 이식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9월 2일에 생리를 시작했고 9월 23일에 이식을 했으니 생리 21일만에 이식을 했다.
난자채취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건만, 다시 생리 2일째에 병원을 방문하고 약을 처방받으며 자궁내막을 키우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나의 경우 과배란 유도제, 파누엘 정을 하루에 2알씩 5일만 먹고 그 후에는 먹지 않았다. 주사도 이식 전전날 난포 터뜨리는 주사만 맞았기 때문에 덜 힘들게 느껴졌다. (+파누엘 정의 부작용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 후 몇 차례 병원에 가서 초음파 진료를 받은 것 빼고는 특별히 힘든 건 없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으로 배아 1개만 이식한다고 했을까?
양 원장님이 배아 몇 개를 이식할 것인지 물으셨다. 당연히 의사선생님이 정해주시는 건 줄 알았는데 본인이 정하는가 보다.. 죽어도 쌍둥이를 원치 않으면 5일 배양 한 개만 이식하라고 했다. 내 나이가 38살이니 보통은 3일 배양 3개 이식 또는 5일 배양 2개 이식을 권한다고 한다.
그 후 몇 번이나 몇 개 이식할 것인지 물으셨는데 단호박으로 한 개만 이식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부가 간절하지 않았나보다.. 결국 한 개 이식하고 임신 실패했으니 말이다.
이식 당일의 기억..
난자채취할 때는 수면마취이기 때문에 금식해야 하고, 손톱 매니큐어도 지워야 하고 나름 준비할 게 많았지만 이식은 마취 없이 진행하기 때문에 딱히 준비할 게 없었다.
시험관 준비 카페에서 검색해보니 이식하는 날, 소변 참느라 힘들었다.. 이런 말들이 있던데 나는 소변 참아야 한다는 안내는 받지 못했다. (이식하고 나서 20~30분은 병원 침대에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하고 화장실도 조금 있다가 가야 하기에 이식 전 물은 많이 마시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식할 때 어떤 관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지는데 이래서 시험관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싶었다. 처음이 조금 아프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진다. 누워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간호사는 내 배를 꾹꾹 누르고 열심히 자궁 속으로 배아를 넣는 것 같았다. 걸린 시간은 한 10분 정도?
불편한 느낌이 사라질 때쯤 시술이 끝났고, 회복실로 이동하는데 걸어서 가지 않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크게 아프지도 않은데 휠체어 타야 하는 게 조금 웃기더라.... ㅋㅋㅋ
간호사가 주는 배아사진과 이식 결과지를 받아 들고 한 시간 정도 누워서 안정을 취한 후, 집으로 갔다. 병원에서 마련해준 서브웨이 샌드위치랑 주스를 가지고~
이식 결과는 비임신
그 날부터 12시간마다 예나트론 질정을 넣어줘야 했다. (착상이 잘 되게 도와주는 약이라고 한다.) 이 질정 때문인지 배가 쿡쿡 쑤시고 아팠다. 목요일에 이식했는데 2일 연가를 내고 2일 주말 동안 엄청 몸을 사렸다.
결과는 딱 일주일 만인 9월 30일이었다. 나는 당연히 임신인 줄 알고, 피 뽑고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직접 결과를 듣고 간다고 했는데.. 호르몬 수치 1.0으로 비임신이라고....... 그 말을 듣는데 어찌나 당황스럽고 부끄럽던지..
진료실에서 의사한테 결과를 듣는 게 아니고 대기 공간에서 간호사한테 결과를 들어야 하기에 무언가 부끄러웠다. 임신이 아니니 질정을 끊으면 곧 생리를 할 거라고 했고 일주일이 지나도 생리를 안 하면 병원 방문하라고 했다.
민망한 마음에 부랴부랴 병원을 나왔다.
마치 무슨 시험에서 '불합격입니다' 이 말을 듣는 것 같았다... 또르르...
난임일기 5편 아래 URL 클릭 ↓↓↓↓↓↓↓↓↓
'난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임일기#6 이식 2일 남기고 낮은 프로게스테론 수치에 좌절... (0) | 2021.10.21 |
---|---|
난임일기#5 예나트론 질정 처방, 제니퍼 엉덩이 돌주사 (0) | 2021.10.18 |
난임일기#3 수지 마리아를 선택한 이유 (0) | 2021.10.09 |
난임일기#2 유즙분비호르몬(프로락틴) 정상, 그럼 뭐가 문제일까? (0) | 2021.10.08 |
난임 일기#1 인공수정 1차, 시험관 1차 실패 후 시작하는 난임 일기 (0) | 2021.10.07 |
댓글